은정은 택시운전사 만섭의 열한 살 난 딸이다. 부인이 죽은 후로 빚을 갚고 사글세를 내느라 가난에 시달리는 삶 속에서, 만섭은 누구보다도 염세적이고 ‘뻔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 만섭이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가며 상황은 반전된다. 위험천만한 상황의 광주를 겨우 빠져나와 순천으로 도망쳤지만, 남겨두고 온 사람들 탓에 만섭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은정은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던, 이기적이고 거만했던 만섭이 ‘타인’에게 공감을 하게끔 하는 유일한 매개체다. 은정의 또래 아이들을 보며 광주의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교감한 만섭은, 결국 은정과의 소풍 약속까지 취소하며 흐느끼듯 말하고서는 광주로 되돌아간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주인공 니나 세이어스의 어머니인 에리카는 성공하지 못한 발레리나로, 니나를 임신하면서 발레를 접었다. 에리카는 발레에 재능을 보이는 니나에게 집착하고, 니나를 자신의 꿈을 이뤄줄 대리자로 여기면서 자신의 삶을 바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니나를 아이처럼 다루면서 옭아매며 갈등한다. 이로 인해 니나는 몸만 성장한 유아 같은 모습을 보이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에리카는 자식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인물이다.
미경은 아홉 살 지은의 계모다. 그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일곤이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하는 원인이 지은이라고 생각해, 지은을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가두고 폭행하는 등 학대한다. 이에 관객들은 미경을 주된 학대범이라고 생각하며 분노하지만, 극이 절정에 치닫는 순간 그 너머에서 늘 무관심한 태도로 방관하던 일곤을 보게 된다. 지은에 대한 미경의 집착은 일곤의 무신경함을 돌아보게 하며, 정서적인 방임도 아동학대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토니와 인크레더블 가족의 장녀인 바이올렛은 서로를 짝사랑하는 동급생이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아버지 밥은 토니가 바이올렛의 초능력을 안다는 사실을 듣고 토니의 기억 삭제를 정부 조직에 요청했다. 기억이 지워진 토니를 본 바이올렛은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지고, 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올렛과 함께 토니가 일하는 식당으로 간다. 그러나 밥의 실수로 바이올렛은 토니 앞에서 사레에 들리는 등 민망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행히 토니는 이 가족의 모습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바이올렛과 대화하기 시작하고, 바이올렛의 초능력을 알고도 그녀를 좋아한다. 토니는 상대가 조금 다르고 특이하더라도 존중과 이해를 통해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명희는 주인공 자윤의 오랜 친구다. 명희는 영화 중반부까지 자윤의 곁을 항상 지키고 있으며, 자윤과 허물없이 대화하는 장면은 무거운 극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자윤이 각성하는 장면을 보고도 자윤을 의심하지 않고 감싸는 장면에서는 명희와 자윤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지 알 수 있다. 명희라는 인물은 인생에 있어 ‘베프(best friend)’가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 주인공인 코렐라인은 똑부러지고 명랑한 아이지만, 일 때문에 바쁜 부모님의 무관심에 넌더리를 낸다. 반면 코렐라인의 이웃에 사는 또래 친구 와이비는 너저분한 행색에 괴상한 행동을 하며 코렐라인으로부터 미움을 받지만, 시시콜콜 자신을 찾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코렐라인은 그런 와이비가 모자란 애라고 생각하며 한껏 경멸한다. 그러나 정작 악당의 미끼를 물고 함정에 빠진 것은 코렐라인이고, 그런 코렐라인이 위기에 빠지자 결정적인 도움을 건넨 쪽은 와이비였다. 둘의 차이점은 가족으로부터 받는 관심과 보살핌이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보이는 이 영화 속에는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주지 못하는 부모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민경은 우연의 전 여자친구다. 우연은 민경과 교제하며 한때 첫사랑이었던 승희를 잊으려 했으나, 사라진 승희가 그의 인생에 다시 나타나며 민경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민경은 이별 순간까지 “첫사랑은 못 잊는다더라”며 덤덤하게 우연을 놓아준다. 그러나 이별통보를 하면 승희와 연결될 것이라는 우연의 생각과는 달리, 승희는 우연과 민경의 결별을 듣고 우연에게 크게 실망한다. 민경은 영화 내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도 묘사되지만,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고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 파멜라를 잃고 아버지 데이빗과 함께 산다. 마고는 고등학생이 된 현재까지도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데이빗 역시 마고가 실종되기 전까지 딸에게 친구가 있는지, 피아노 강습비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영화 ‘서치’는 겉으로는 실종된 마고를 찾는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마고를 통해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꼬집기도 한다. 또 마고처럼 표현해야 할 속사정을 숨기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는 없는지,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