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생활관에 산 지도 만 3년이 다 됐다. 첫 생활관이었던 긍지관.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4명이 개강 첫날 방에서 처음 만나 어색해 하며 문화관 식당에서 아침을 먹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두 번째 생활관이었던 진리관. 운 좋게 진리관에서 가장 넓은 3인실에 배정됐고, 입담 좋은 형들을 만나 자기 전마다 방에는 웃음이 넘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향토관의 조용한 새벽이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초반 대학 생활에 생활관은 포근한 보금자리가 돼 줬다.그러나 최근 본교 생활관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내내 제기됐던 제44대 ‘위더스’ 관생자치회에 관한 논란과 이에 대한 관생회 회장의 무책임한 답변은 많은 관생들을 마음 상하게 했다. 관생회는 첨성관 소송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관생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쪽문 확장 문제는 관생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달 13일 첨성관 지하식당에서 열린 관생총회에서 관생회 회장은 관생회칙 위반 등 논란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관생회 회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올해 관생회가 해온 업적들을 관생에게 설명하기에
“못생긴 동물은 귀여운 동물보다 멸종 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다” 트리시 플레밍 교수가 동물학술지 매멀 리뷰 저널(Mammal Review Journal)에 게재한 논문의 일부다. 플레밍 교수에 따르면 실제 귀여운 동물과 관련된 논문의 수가 못생긴 동물과 관련된 수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귀여운 동물에게 투자되는 자본이 못생긴 동물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야생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물리적인 강함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동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다소 소름 돋는다. 인간의 외모지상주의가 동물에게, 어쩌면 인간보다 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한 보도에 따르면 포메라니안 견종의 유기견 수가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행 따라 개를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 개가 예뻐 보이지 않으니 길에 내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화가 나더라도, 그 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들은 동물을 왜 키우는 걸까?’, ‘동물이 단순히 귀여워서 키우는 것이 아닐까?’물론 처음에는 동물의 외모를 보고 키우다 그 이상의 애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못생긴 동물은 애초에 거들떠도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구의 힘은 인간을 위해 식량을 제공하는 지구의 힘보다 훨씬 크다. 억제되지 않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 따라서 인구 증가는 식량의 증가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인구는 식량보다 증가 속도가 월등히 빠르며, 인구를 억제하지 않으면 대규모 식량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인구론』은 큰 파장을 일으킨 가설이었다. 『인구론』은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 학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물론 출산율이 소수점까지 떨어진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인구론』은 터무니없는 이론이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며 식량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출산을 위한 환경과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출산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론』의 관점에서 보면 식량 부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 복지국가의 개념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설국열차>,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의 작품도 『인구론』을 배경으로 하며, 최근까지 흥행하는 <어벤져스>의 ‘타노스’라는
지난 1월 구독자 50여 만 명의 인기 유튜버 채널이 운영정책 위반으로 영구 정지당했다. 이 유튜버는 시사, 사건·사고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본인의 채널에 게재했다. 그가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안 혹은 인물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과 혐오 때문이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페이스북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의 게시글로 80여 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기도 했다. “입학할 때 부모님 가슴이 무너졌는데 건물마저 무너지네”이는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한 대학교의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영상과 함께 그가 쓴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이렇게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과 혐오 표현을 게시물에 도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 열광했다. 팔로워(구독자) 수가 이미 그것을 증명했고, 실제 게시물의 댓글들 역시 그의 혐오에 동조하는 내용이 많았다. 여기에는 화려하고 논리 있어 보이는 그의 언변과 자신의 주장에는 오류가 없다는 식의 당당함도 한몫했다. 심지어 이런 콘텐츠를 베껴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유튜버도 생겼다.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격 당한 이들 중 일부는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고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이 담긴 냄비를 불 위에 올린다. 몇 분 후 냄비가 수증기를 토해내며 물이 끓기 시작한다. 이때 개구리 한 마리를 끓는 냄비 속에 넣는다. 개구리는 뜨거운 물에 닿자마자 펄쩍 뛰어오른다. 이번에는 냄비에 개구리부터 넣고 물을 담는다. 그리고 방금과 마찬가지로 냄비를 불 위에 올려 물을 서서히 데운다. 과연 물이 끓기 전 개구리는 냄비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개구리는 물이 끓기 시작해도 냄비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개구리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진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실험.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예시다. 첫 번째 개구리는 빠른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위기를 모면했다. 반면 두 번째 개구리는 천천히 바뀌는 환경에 안주하며 자신의 체온을 높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이상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개구리는 그때서야 위험을 알아채고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개구리는 체온 변화를 위해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다. 결국 두 번째 개구리는 냄비 안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3월 막바지에 접어든 이 시점, 학생사회도 실험 속 냄비처럼 끓었다 식었다를
얼마 전 JYP엔터테인먼트와 Mnet이 ‘슈퍼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뉴스를 봤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원자들 중 심사를 통해 선발된 사람을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 우승자를 가요계에 데뷔시켜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이후, 이제는 블록체인 서바이벌, 스타트업 서바이벌에 이어 인턴 서바이벌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무한경쟁에 지쳐가면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사회의 모습은 기이함 그 자체다. 그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바로 프로듀스 101이 등장했을 때다. 이전에도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가 흥행에 성공한 전례를 남겼지만, 프로듀스 101만큼 사람들을 서바이벌에 ‘미치게’ 한 사례는 드물었다. 수도권 지하철역은 온통 ‘내 연습생을 뽑아달라’는 광고로 도배가 됐고, 지역 대중교통에서도 심심치 않게 “우리 지역의 딸·아들인 연습생 김**을 뽑아주세요!” 하는 광고를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에게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자 정말 PD라도 된 양 “내 표는 정말 열정 가득하고 최선을 다하는 연습
지난 8월 20일 본교 총장, 경북대기숙사반대대책위원회, 국회의원 등이 모여 본교 2차 BTL 생활관의 수용 인원 감축에 대한 축소안을 채택키로 구두합의했다. 학교를 이끌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부 인사, 지역 주민임을 표방하는 본교 인근 원룸 소유주들, 주민 복지와 실리를 생각한다는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한 데에 모였는데 정작 생활관에 들어가서 살게 될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학본부와 원룸주들이 한창 갈등을 빚던 지난 5월부터 이 그림 속에는 학생이 내내 부재중이다.애석한 것은 학생들에게 빠른 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부터 학생을 쏙 빼놓은 면담이 계속돼 왔지만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5월에 논의해 작성하겠다던 학생회의 입장문은 8월에야 학교 곳곳에 붙여졌다. 2차 BTL 수용 인원 축소안을 논의하고 제안하던 6월과 7월, 중앙운영위원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그 두 달 동안 시위 한 번, 대자보 한 장이 없어 아쉽다. 빠른 발이 없어서 생긴 두 달의 부재가, 앞으로 계속 학생들을 빼놓아도 된다는 명분이 된 탓이다. 축소안 속 332명의 학생도 부재중이 됐다. 그들이 기숙사가 아닌 어디로 떠나 살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
경기도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1학년, 새로 산 빳빳한 교복을 입고 늦봄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던 그 즈음, 내 옆자리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전학을 온 짝꿍이 앉아있었다. 얼굴이 희고 곱상하게 생긴, 긴 갈색 머리칼을 이마가 드러나게 질끈 묶은 여자애였다. 사투리가 강한 말씨도 아니었고 아이들과도 쉽게 잘 어울렸기에 그 애에게서 딱히 낯선 점을 느끼지 못했다. 5월이 끝나가던 무렵의 어느 날 그 애가 불쑥 말했다. “아, 벌써 제사철이야. 광주 친가에 다녀와야 해.” 멀리 가기 싫어 투덜대는 말투였지만 그것보다도 ‘제사철’이라는 단어가 더 신경이 쓰였다. “제사에 철도 있어? 제사철이 뭐야?”하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 애는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하고선 되물었다. “5월, 6월은 원래 제사철 아니야?” 광주에서는 오뉴월에 제사 안 지내는 집이 잘 없다고, 그 얘길 들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작년에 배우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한창 흥했다. 처음 영화의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텅 빈 공간의 정 가운데에 연두색 택시 한 대가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머릿속 가득 물음표를 띄웠다. 이게 무슨 영화람, 웬 택시가 다 연두색이래. 그런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