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구는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야생동물 구조·치료 센터가 없는 곳이다. 민간 동물병원 8곳에서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야생동물이 구조돼, 부상 부위를 치료받더라도 자연방사 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구조된 야생동물 중 재활시설을 거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간 경우 80~90% 정도는 죽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구조·치료는 민간 동물병원에서 이뤄지더라도 재활이 이뤄질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 혹은 재활센터의 건립이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특히 구조된 야생동물이 자립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새끼이거나 먹이사냥에 중요한 신체부위를 다친 경우 재활은 필수다. 이외에도 치료 중 받는 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해 죽기도 한다. 지난 2015년에 구조된 생후 1개월 아기수달은 먹이를 입에 가까이 대주거나 주사기로 떠먹여야만 먹을 정도로 어린 동물이었다. 치료 후에도 아기수달은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했고, 일주일 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고 말았다. 동인동물병원최동학 대표원장
야생동물들은 주로 교통사고로 인해 다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진 경우는 먹이 부족으로 탈진해 병원으로 오기도 한다.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근처 관공서나 동물병원으로 가면 야생동물 치료센터로 이관해주며, 치료비는 따로 청구되지 않는다.그러나 어린 야생동물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삼가야하며, 5~10m 정도 떨어져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어미도 다가오지 못하지 때문이다.대구와 같은 도심의 경우 특히 봄에 어린 새들이 둥지에서 한 번씩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주로 바닥재가 아스팔트이기 때문에 가벼운 뇌진탕이나 날개 타박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가장 좋은 것은 새끼를 박스에 담아 근처에 놔두는 것이다. 운동장이나 큰 나무 밑에서 발견했을 경우 박스에 담아 새가 드나들 만큼의 구멍을 뚫어 높은 곳에 올려두면, 어미 새가 새끼를 찾아와 먹이를 먹이며 돌본다. 동인동물병원최동학 대표원장
현재 지구상 남미를 제외한 전 대륙에 15종의 두루미가 살고 있는데, 그중 10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속한다. 흔히 천상의 새로 불리며,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의 그림에 등장하는 두루미는 장수와 행복의 상징인 천년학(千年鶴)으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두루미들은 물가, 모래톱과 습지에서 번식을 하고 살아간다. 머리 피부가 붉은 색을 가져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부른다. 중앙아시아와 몽골지역의 초원지역에 사는 쇠재두루미는 가을이면 8000m의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따뜻한 남쪽나라로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휴전선, 임진강, 철원과 연천 등지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들은 한반도 남쪽과 일본 본토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 과거 일본 본토에 두루미가 번식했으나 현재 북해도 쿠시로 습지에 텃새로 살아가는 두루미 외에는 멸종됐다. 과거 막부시절 귀족집안에서 두루미 요리를 해먹는 풍습이 본토 두루미의 씨를 말렸다. 또한 일본 내에서 두루미를 잡을 수 없자, 우리나라 남쪽 두루미들을 몰래 잡거나 수입해갔다. 이것은 남한에서 두루미가 사라진 원인의 하나로 보인다. 박희천 명예교수 (자연대 생물)
천연기념물인 수달은 식육목 족제비과 포유류로 몸길이는 약 63∼75cm에 달한다. 2급수 이상의 수질에서 서식하며 주로 암벽, 큰 나무 뿌리 사이에 집을 짓고 산다. 2005년 신천에 수달이 처음 나타난 후 야생동물치료센터인 우리 병원과 대구시가 함께 서식지 보존을 위해 5년 주기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고, 야간순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매년 5~10마리 정도 다친 수달들을 관리하는데, 수달은 물속에서 주로 먹이사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육지로도 많은 이동을 하기 때문에 로드킬로 다쳐오는 수달들이 많다. 5년 전에는 북구청 앞 5차선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수달을 한 할아버지가 안아서 인도로 옮긴 경우가 있었다.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엄청 순한 수달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수달은 난폭한 성질을 지녔다. 이 수달의 경우 탈진으로 죽기 직전의 상태였기 때문에 안겨도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야생 수달은 인간에게 전염성을 가진 기생충을 옮길 염려도 있어, 야생에서 다친 수달을 만났을 때 절대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소방서 등의 관공서로 인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죽기 직전의 상태가 아니면 다친 수달의 경우 사람에게 잡히면 죽
세계에는 112종의 까마귀가 있는데, 한국에는 9종이 텃새나 철새로 살아간다. 까마귀만큼 우리 삶 속에 애증이 깊은 새도 드문데, 삼족오란 새는 까마귀가 전설이 된 새로 좋은 면을 보여준다면, 영화나 동화 속 마녀와 함께하는 까마귀는 음침한 새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까마귀과 종류는 텃새인 까마귀, 큰부리까마귀가 있고 철새로는 갈까마귀 등이 있다.생물관 남쪽 동네에서 매일 8시쯤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곧이어 딸랑딸랑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 소리가 난다. 쓰레기 수거 시간을 기억하고 매일 같은 시간 건물 앞에 출퇴근하는 까마귀의 IQ는 약 60을 넘는다고 한다. 영국의 BBC와 까마귀 연구자들이 진행한 까마귀 지능실험에서 주둥이가 좁은 병에다 물을 조금만 담고 먹이를 물에 띄워둔 경우, 까마귀는 물 속에 돌을 집어넣어 수면을 올린 뒤 먹이를 찾아먹는 높은 지능을 보였다.본교 북문에서 까마귀가 가로등에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보는데, 10여 년 전만 해도 까마귀를 관찰하려면 팔공산 갓바위나 앞산의 안지랑 산 꼭대기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핀란드나 유럽에서는 까마귀가 도시 중심부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약 50-100년의 시간이 필요했
하얀 제비처럼 생긴 쇠제비갈매기(Little Tern)는 전 세계의 바닷가에 사는 작은 갈매기를 닮은 새다. 전체 길이는 25cm 정도로 병아리보다 약간 큰 새가 약 10,000Km를 날아, 적도의 남쪽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북반구인 한국, 일본 및 중국으로 이동한다.세계에서도 드물게 낙동강 하구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최대 1,600쌍의 쇠제비갈매기 부부가 모래섬인 을숙도 하구에서 자식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한 쌍도 번식을 하지 못했고 약 3000여 마리가 떠났다. 을숙도 하구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 전 지역에서 이 새들이 살아남은 마지막 섬은 안동댐에 있는 작은 쌍둥이 섬으로 겨우 100여 쌍 정도가 번식하고 있다.본래 쇠제비갈매기는 바닷가 모래밭에 알을 낳고 서식하나 어느새 바닷가 모래톱은 사람들과 애완동물의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일본도 해안가 개발로 모래밭이 항구와 산업단지로 변하면서, 쇠제비갈매기가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들이 큰 건물의 지붕에 만들어준 모래밭에서 쇠제비갈매기는 살아남았다. 이처럼 머지않아 쇠제비갈매기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한 번 떠나버린 새들
흔히 원앙은 변치 않는 부부의 애정으로 유명해서 이불과 베개에 수를 놓고 그림으로 암수를 새긴다. 원앙은 청둥오리처럼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지만 둥지를 물가에 짓지 않고, 별나게도 높은 나무의 구멍 속에 튼다. 텃새가 된 원앙은 도시에 적응하면서 아파트 베란다, 학교 건물 옥상에 알을 낳기도 한다.캠퍼스 건물 높은 곳에도 원앙이 살면서, 엄마 원앙이 새끼들을 부르면 새끼 원앙들은 유격훈련을 하듯 4-5층 높이에서 뛰어내린다. 떨어진 새끼 원앙들은 한동안 충격에 비틀거리다 엄마 새를 따라 물가로 가서 수영을 한다.한번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성주 읍성(邑城) 서문 밖에 만들어진 숲)에 있는 고목나무 속에 원앙 알 30여 개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수컷이 다른 둥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바람둥이 남편이라, 이에 실망한 암컷이 무정란을 놓고 또 놓았던 것이다. 영원한 부부의 애정을 상징하지만, 원앙도 원앙 나름이었던 것이다.원앙들은 가을이면 한 가족씩 모여 또다시 수백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룬다. 그리고는 조용한 산골 저수지에서 짝 잃은 수컷과 암컷이 만나서 부부가 되고, 성숙한 새끼들은 새로운 짝을 만나 춤을 춘다. 짝짓기 비행을 하고는 둥지를 지을 물가나 도시의 캠퍼
민물가마우지(Great cormorant)는 겨울철새로 몸길이 89-102cm, 날개를 펴면 130cm로 대형의 잠수부 새이며 까만 몸에 부리 일부분이 노란색을 띈다. 서식지는 주로 해안 바위섬, 강하구 모래톱, 호수의 죽은 나무 위이며 그곳에서 잠을 자거나 번식을 한다. 잠수부처럼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며, 몸통은 거의 잠긴 상태에서 목만 내놓고 물고기를 따라 다닌다.최근 바닷가나 강 하구에 살던 민물가마우지가 내륙 깊이 들어와, 강의 중상류나 댐이나 저수지에 텃새로 일 년 내내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금호강에 있던 민물가마우지가 본교를 지나 가창댐으로 V자 모양으로 편대를 지어 가는 가마우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그러나 안동댐 등지에서는 가마우지가 빙어를 먹어치우는 탓에 소양강, 화천댐 등의 빙어잡이 어민들은 가마우지와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이 모든 일들이 쉬운 말로 기후변화 탓이라니. 철없는 수천마리의 가마우지가 빙어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마우지와 어민이 상생할 수는 없는지, 생각이 많다. 박희천 명예교수 (자연대 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