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괴물 거미 타란툴라를 소개해드렸었습니다. 타란툴라가 속한 거미 종족은 남들에게는 없는 독을 가졌고, 그보다 더욱 강력한 거미줄을 사용할 수 있는 생물입니다. 거미줄의 강도는 강철의 5배, 몸집이 비슷한 벌레나 그보다 더 큰 척추동물도 거미줄에 잡히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남들에게는 없는 사기 무기와도 같죠. 그런데, 이런 거미를 전문적으로 죽이는 비밀 요원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드릴 거미만 잡아 죽이는 벌, 대모벌입니다.대모벌은 이름이 꽤 생소할 겁니다. 약 5500만 년 전의 에오세 때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역사 깊은 벌임에도 말이죠. 대모벌은 평범한 벌과는 다르게 평생 혼자서 살아가는 고독한 벌입니다. 여럿이 모여 살면서 달콤한 꿀을 만드는 꿀벌이나 위험한 말벌 따위보다 인기가 없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거미만 잡아 죽인다는 독특한 생태 덕분에 곤충도감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대모벌은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서식하며, 한국에서도 흔하게 발견됩니다. 특히 남미에 서식하는 대모벌은 7cm 이상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벌 또한 대모벌 종류입니다. 대모벌은 평소에는 으레 벌들이 그렇듯 꽃이나 나무 수액, 과
하늘소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에 비하면 인기가 없지만, 그럼에도 나름 유명한 벌레로서 다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것입니다. 잘 모르겠다면 장수하늘소라는 이름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하늘소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하늘소는 몸길이가 18cm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하지만 2cm 남짓의 아주 작은 하늘소도 많습니다. 색깔도 다양한 편으로 평범한 검정색~갈색을 띠는 종류부터 남색,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등 나름 색깔이 다채로운 벌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소는 영어로 Long horn beetle이라고 씁니다. 긴 뿔 딱정벌레라는 뜻인데, 실제 하늘소는 뿔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몸보다도 더 긴 더듬이를 보고 이런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앞으로 쭉 뻗은 한 쌍의 더듬이가 마치 머리에서 돋아난 뿔처럼 생겼기 때문이죠. 대개 수컷의 더듬이가 암컷의 더듬이보다 훨씬 깁니다. 그래서 암수 구분도 쉬운 벌레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더듬이를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더듬이는 어디까지나 후각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라 아주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다룹니다. 진정한 무기로는 짧고 굵은…
사마귀는 무섭게 생긴 외형 탓에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기에는 조금 어려운 벌레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서움보다는 카리스마, 멋을 둘둘 두르고 있는 멋진 외형에다가 특히 색이 아주 곱습니다. 외국에 비해 덜 화려하고 못생긴 벌레가 많은 한반도이지만, 사마귀만큼은 월드 클래스 반열에 들어가는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 한반도에 희소식인지 악재인지, 중국에서 새롭게 찾아온 종류가 있습니다. 제가 축제 때 열심히 보여드렸던 붉은긴가슴넓적배사마귀를 소개합니다.이 사마귀는 이름이 깁니다. 외우기 쉽게, 가슴 색깔을 생각해보면 이름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독특한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가슴 아래가 붉은 빛을 띱니다. 거기다 에메랄드 색채의 아름다운 몸 색은 덤입니다. 덩치는 큰 편이지만 크기는 조금 왜소한 편으로 70~85mm 수준입니다.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토종과 외래종이라는 두 가지의 개념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토종은 어떠한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서식해 온 종류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쉽게 마주치던 온갖 잠자리, 개미 따위가 한국 토종 벌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외래종입니다. 외래종은 말 그대
지난 호에는 장수풍뎅이 기사를 투고했었습니다. 장수풍뎅이가 나오면 세트로 반드시 딸려오는 벌레가 하나 더 있죠. 끝없는 라이벌로 엮이는 사슴벌레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벌레 둘을 연달아 소개할 수 있어 아주 기쁩니다.사슴벌레는 장수풍뎅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크고 단단한 몸과 멋지고 강력한 무기까지. 사슴벌레의 무기는 뿔처럼 보이지만, 사실 뿔이 아니라 큰턱입니다. 동물의 큰턱은 음식을 먹는 데 사용하지만, 사슴벌레의 큰턱은 오로지 상대를 부숴 없애버리기 위한 무기로서의 기능만을 갖추고 있습니다. 악력은 종마다 다르지만, 외국의 거대한 사슴벌레의 경우 10kg이 넘어가는 악력을 지녀 핸드폰, 볼펜 따위도 으깨 부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합니다. 이 큰턱의 모양은 종이나 개체마다 모두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사슴벌레 종류 구별이나 연구에 있어 중요하게 사용되는 부위입니다. 암컷 또한 작고 뾰족한 큰턱을 가지고 있습니다.사슴벌레의 큰턱은 매우 강력해서 이것으로 부수지 못하는 벌레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한 번만이라도 물리면 대개의 벌레들은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거기다 성격마저 사나운 편이라 다른 벌레들은 사슴벌레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으려 합니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벌레, 어릴 적에 책이나 TV에서 한 번 쯤은 봤을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벌레, 장수풍뎅이입니다. 멋진 뿔을 가졌고, 벌레보다는 장난감과 비슷한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비주얼로 혐오감보다는 멋을 보여주는 벌레입니다. 워낙 멋진 생김새 덕분에, 먼 과거부터 인간과 친숙하게 지낸 벌레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일본에서 그 인기가 매우 높은데, 사무라이의 투구가 장수풍뎅이의 뿔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장수풍뎅이를 투구벌레(가부토무시. 가부토는 투구, 무시는 벌레라는 뜻입니다)라고 부릅니다.장수풍뎅이의 신체조건은 가히 자연의 편애를 받았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단단한 갑옷, 강력한 뿔, 엄청난 힘, 철퇴와도 같은 다리. 장수풍뎅이의 힘은 자신 체중의 200배 이상을 거뜬히 극복할 정도로 굉장합니다. 한국 장수풍뎅이의 평균 몸무게는 대략 8~10g 정도입니다. 10g의 장수풍뎅이가 자기 체중의 200배인 2kg 혹은 그 이상의 아령을 들거나 집어 던지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실로 무시무시한 힘입니다. 80kg의 성인 남성이 자기 체중의 200배인 16,000kg, 즉 16톤을 든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참고로,
벌레처럼 살고 싶은 남자 충황제입니다. 11월에 열린 작년 대동제보다 이른 시기인 10월에 열린 올해 대동제에도 참여해 부스를 꾸렸고 수많은 학우님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축제는 마지막 학기와 졸업을 앞둔 제게 뒤가 없는, 절박한 축제였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원 제한이 있었던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와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축제 하루 전인 화요일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상황은 작년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축제기간에는 갑작스레 비 예보가 있었고, 하필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많이 불고, 부스 천막에는 벽이 없었습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천막 내부에 조명도 없었고, 추위에 약한 벌레를 위해 가져온 자동 온도조절 사육장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칼바람을 맞으며 가져온 현수막을 천막 앞에 걸고, 벽을 둘렀습니다. 벌레들은 추운 바람을 피할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주차한 제 차 안에 넣어두었고, 바람을 막아주는 차 내부의 온도까지 체크를 완료한 이후에야 친한 후배 집으로 퇴근할 수가 있었습니다.작년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주차해놓은 차로 갔습니다. 벌
우리는 땅, 하늘 어디에서나 곤충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들어가지 않는 물속에도 당연하게 다양한 곤충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물속 최강의 곤충 물장군.물에서 서식하는 곤충을 수서곤충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어류나 양서류와 함께 경쟁하며 살아온 탓에, 잠자리 약충, 물방개 등 수서곤충 세계에서는 육식성을 지닌 종류가 많습니다. 이 수서곤충 중에서 가장 강한 최상위 포식자 곤충이 있습니다. 생김새, 이름 모든 것이 최강임을 증명하는 멋진 곤충입니다. 물장군입니다.이름만 봐도 이 곤충의 강함이 느껴지십니까. 이름 그대로 물의 장군을 뜻하는 물장군입니다. 물장군은 체격부터 다른 곤충들과 궤를 달리합니다. 수서곤충 중 가장 큰 곤충이 바로 물장군인데, 몸길이가 60mm를 넘습니다. 여기에 크기를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무기를 두 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앞다리. 곤충 주제에 알통을 가진 굉장한 녀석입니다. 물장군의 앞다리는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낫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기능도 비슷해서 앞다리로 먹잇감을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합니다. 물장군은 사마귀와 습성까지 비슷해서,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숨어 먹이가 지나갈 때까지 기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세계에 몇 없는 기후를 띠고 있습니다. 사계절은 벌레들에게 있어 아주 혹독한 기후입니다. 봄~가을까지 기온이 따뜻할 때 실컷 활동하고,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귀신같이 사라지게 되죠. 때문에, 한국의 벌레들은 볼 수 있는 시기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름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비롯한 수많은 벌레의 전성기, 가을에는 말벌과 풀벌레의 전성기 등등. 그중 조금 독특하게 생긴, 5월 단 한 달만 반짝하고 나타나 사라지는 벌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슴풍뎅이라는 벌레입니다. 장수풍뎅이도 사슴벌레도 아니라서 사슴풍뎅이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장수풍뎅이처럼 둥글둥글한 몸에 사슴벌레처럼 양옆으로 뻗는 뿔을 가졌습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생김새를 반씩 섞은 것 같으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실상은 크기가 작고 밥에 환장하는 풍뎅이 종류인 꽃무지 계통의 벌레지만요. 사슴풍뎅이는 몸길이 20~40mm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수컷은 회백색의 독특한 빛깔을 띠는 몸과 위로 솟는 뿔을 가졌고, 암컷은 검정색과 자주색이 섞인 몸에 뿔이 없습니다. 특히 수컷은 몸에 물이 묻으면 진한 자주색으로 색이 변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