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마다 빵을 굽는다. 정확히 말하면 제과도 하고 제빵도 하지만 여기선 그냥 빵이라고 통칭하겠다. 베이킹을 시작한 건, 아마 동생을 따라서였던 것 같다. 방과후 교실로 베이킹 수업을 듣던 초등학생 동생을 따라 집에서 이것저것 쿠키를 구울 때 아직 작아서 혼자 하기 힘에 부치는 동생을 도와주면서 처음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베이킹을 혼자서 해보았을 때는 재미 삼아 간단한 쿠키들만 구웠었는데, 하나씩 새로운 걸 도전해나가다보니 어느새 지금은 쿠키류는 물론이고 타르트, 파이, 케이크, 스콘부터 발효빵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구울 수 있게 되었다. 주로 youtube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레시피를 자세히 메모해두고, 그대로 따라하면서 혼자 배운다. 기본 쿠키부터 시작해 하나씩 도전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새로운 빵이나 먹고 싶은 빵을 보면 '아, 딱 한 개만 사먹어?' 이런 생각보다는 '아, 이번 주말에 한 번 구워봐? 재료 주문해, 말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 수고롭지만 내 정성을 담고 기다림이라는 마법을 부리면 따끈하게 내 손에 쥐어지는 빵 맛을 한 번 맛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다. 사실, 만들어 먹는 것보다…
21살이 되던 해, 2월이 되자마자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결단한 것에 큰 계기는 없었고, 그저 남들처럼 매년 하는 다이어트를 성공해 보자는 새해 다짐 같은 것이었다. 아침에 먹는 빵과 알싸한 마라탕, 느끼한 파스타를 포기하지 못해서 식단관리는 저녁 6시 이후 아무것도 안 먹기 정도로 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작년 초는 코로나가 심각했던 시기라 주로 강변을 뛰거나, 홈 트레이닝, 등산을 했다. 사실 처음에 등산을 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 상황 때문이었다. 친구와 만나고 싶은데 외식을 하거나 카페를 가기는 위험해서 친구가 우리 집 뒤에 있는 ‘문수산’에 등산을 가자고 했고, 다이어트로 열심히 운동 중이던 나는 흔쾌히 친구를 따랐다. 친구의 말에서 시작된 등산이지만 이젠 나의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코로나 상황 속 등산은 참 좋은 취미이다.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을 가는 것이 주저되는 요즘 개방된 공간, 공원이나 산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본다. 작년에 특히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엔 한 달에 4번 정도 산에 올랐다.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계절에, 그 시간을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아서 날이 좋으면 무조건 산에 가려
“엄마, 이거 보리차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음주다. 당시 보리차였어야 할 그 노란 물은 쓰고, 목을 따갑게 하고, 맛도 없었다. 탄산이 싫어 콜라도 먹지 않던 내게 그 느낌이 더욱 부정적으로 다가왔고, 당최 왜 마시는지 모르겠는 이 액체를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시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1일 00시, 어느 곳에 가도 당당히 암행어사 행세를 할 수 있는(하고 싶은) 나이가 되자 그전의 기억들은 말소가 되었다. ‘나도 어른이야’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입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을 만천하에 증명하고 싶었나 보다. ‘노란 물’사건 이후로 음주를 하지 않은, 음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른이 주제에 말이다.20년간 열심히 관리한 내 간의 성능이 궁금했는지, 1월 1일부터 매일매일이 제품 테스트 기간이었다. 하지만 내 몸속에 있는 친구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해독을 깔끔하게 해버렸고, 서로 누가 이기나 하는 티키타카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그렇게 3년 정도를 굴리다 보니 재미도 없고 흥미도 떨어졌다. 유야무야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간 홍콩에서 나는 첫 칵테일을 마셨다. 당시 눈앞에 보이는 바다와 야경이 마음을…
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걸으면 저 차가 어떤 차인지 조잘조잘 이야기하곤 하였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텔레비전을 켜고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그 중 제일은 공룡이었다.난생 처음 본 영화 <쥬라기공원>. 네 살짜리 어린 아이는 그 후로 공룡 백과사전을 늘 품에 끼고,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기 시작하였다.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으레 그 나이대 남자아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공룡,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까지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던 육상 대형 파충류. 약 1억 9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생물체. 공룡보다 거대한 육상 동물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거대한 존재는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학자들이 남겨진 자료를 가지고 추측한 것을 바탕으로,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떻게 살아갔는지. 상상의 매력은 어린아이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이는 그 공룡을 간직해 눈으로 담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졸라 공룡 피규어를
얇고 부드러운 천으로 가볍게 한 번닦는다. 육안으로 보이는 먼지는 브러쉬로 살살 털어 주어야 한다. 이물질 제거가 끝나면 동그란 플래터 위에 올려놓은뒤 톤암을 들어올려 소리골과 바늘의 위치를 맞춘다. 스위치를 돌려 해당 음반에 알맞은 재생 속도를 선택하면 플래터가 그에 맞춰 회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레버를 내려 주면, 바늘과소리골이 맞닿으며 음악이 시작된다. 여기까지가 LP, 즉 롱 플레이 레코드(Long Playing Record:장시간 음반)로 음악을 듣기까지의 과정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글로 묘사해 보니 드는 한 가지 생각은 '참 불편도 하구나.'터치 한두 번으로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음반을 구매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또 재생 속도까지 직접 설정해 주어야만 겨우 음악을들을 수 있는 이 아날로그 방식은 가혹하리만치 불편하다. 그런데 왜 세상은 이렇게 불편한 방식에 열광하는 것일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뻔한 얇은 플라스틱 알판들이 취미의 수면 위로 둥실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구 반대편의 뮤지션이 발표한 곡이라도 원한다면야 곧바로 들을 수 있는 세상속에서, LP 수집가들은 기이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