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본인이 맡은 일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이 사람들은 일 자체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며, 순간의 몰입과 집중을 쏟아부은 후 일이 끝나면 다시 빠져나올 줄 아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그 역할이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맡은 일에 과몰입하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그 과몰입으로 인한 도가 지나친 책임을 짊어지고, 한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책임감의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각자의 ‘책임감’ 속에서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좋아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곧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회사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이 ‘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책임감’이라는 프레임을 자신에게 씌워 스스로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앞서 언급한 일에 몰입하는 사람 중 두 번째 유형이다. 과도한 책임감이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지나친 죄책감이 다시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책임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세계에 몇 없는 기후를 띠고 있습니다. 사계절은 벌레들에게 있어 아주 혹독한 기후입니다. 봄~가을까지 기온이 따뜻할 때 실컷 활동하고,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귀신같이 사라지게 되죠. 때문에, 한국의 벌레들은 볼 수 있는 시기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름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비롯한 수많은 벌레의 전성기, 가을에는 말벌과 풀벌레의 전성기 등등. 그중 조금 독특하게 생긴, 5월 단 한 달만 반짝하고 나타나 사라지는 벌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슴풍뎅이라는 벌레입니다. 장수풍뎅이도 사슴벌레도 아니라서 사슴풍뎅이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장수풍뎅이처럼 둥글둥글한 몸에 사슴벌레처럼 양옆으로 뻗는 뿔을 가졌습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생김새를 반씩 섞은 것 같으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실상은 크기가 작고 밥에 환장하는 풍뎅이 종류인 꽃무지 계통의 벌레지만요. 사슴풍뎅이는 몸길이 20~40mm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수컷은 회백색의 독특한 빛깔을 띠는 몸과 위로 솟는 뿔을 가졌고, 암컷은 검정색과 자주색이 섞인 몸에 뿔이 없습니다. 특히 수컷은 몸에 물이 묻으면 진한 자주색으로 색이 변하기도
미국에서 거주할 때의 일이다. 미국 달러로 물건값을 계산하면서 항상 머릿속에서는 달러 가격에 해당하는 한국 돈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국 돈으로 계산할 때 미국 생활 물품의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싼지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생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계산대 앞에 서 있다가 다시 돌아가 슬그머니 물건을 내려놓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미국 달러 가격을 한국 가격으로 환산하는 버릇은 6개월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비싼 미국 달러 물가에 점차 무덤덤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싼 달러 물가에 스스로 적응하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린 셈이다. 달걀 51%, 시금치 10%, 배 45%, 마늘 28%, 돼지고기 12%, 제빵 5%… 이 숫자는 지난해 4분기에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활 물품 가격의 상승률이다. 이것은 일 년 동안 오른 가격이 아니라, 한 분기 동안 오른 가격 상승률이다. 숫자에 둔감한 사람으로서 단순 계산만으로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연평균 목표 물가상승률 2.5%를 훨씬 초과하는 물가 상승률이다. 이렇게 오른 물가 상승률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다시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신록의 계절이면서 가정의 달인 오월이다. 특히 코로나로 황폐해진 일상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겨 보고, 건강한 미래로 나가기 위한 자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법정기념일인 성년의 날이다. 1973년부터 시행되었다. 자립적이지 못해 보호가 필요한 한 인격체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인이 되었다는 것을 당당히 법으로 인정받는 날이다. 이날 이후로는 방황과 고민, 불안과 혼란이 점철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청소년이 사회관습과 사회활동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자신의 가치를 사회 속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예전에는 관을 쓰거나 비녀를 꽂는 전통적인 성년 의례가 있었으나, 현재는 간단한 인사와 선물을 주며 축하하는 이벤트로 바뀌었다. 성년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행하는 의식도 달라졌고 진정한 의미도 퇴색되었다. 전통적으로 성년이 된다는 것은 예(禮)에 나아감을 의미한다. 예라는 것은 용모를 단정하게, 안색은 가지런하게, 말은 순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용모를 단정하게 한다는 것은 능숙한 화장 기술과 유행에 맞게 옷을 잘 차려입은 겉모습이 아니다. 또 안색을 부드럽게 하고 말을 순하게 한다는 것은 교언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방에 벌레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마지않는 계절이 돌아온 것입니다. 끔찍한 추위와 겨울은 다시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겠죠. 4월 말부터 시작되는 초봄에는 화려하고 멋진 벌레들이 나타나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봄 시작을 알리는 대표벌레, 길앞잡이에 대해 소개합니다.길앞잡이는 도심에서 살지 않습니다. 산기슭 주변이나 숲과 가까운 곳에서 서식하는 벌레입니다. 20mm 남짓의 아담한 크기를 가졌고 대부분 색이나 무늬가 화려하며, 그중 비단길앞잡이는 무지갯빛 몸과 화려한 무늬를 수놓은 아름다운 벌레입니다. 햇빛과 더위를 좋아해서 산기슭의 오솔길이나 숲 주변 도로에서 돌아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이 벌레는 독특한 습성을 가졌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땅의 울림을 감지하고 큰 포식자가 나타났다 생각해 짧게 앞으로 날아가서 앉습니다. 다시 가까이 가면 또 앞으로 짧게 날아가서 앉습니다. 가까이 가면 또 그럽니다. 이런 습성이 마치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고 하여 ‘길/앞잡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길앞잡이는 우스꽝스러운 습성과 이름을 가졌지만, 그와 정반대로 성충과 유충 모두 아주 사나운 사냥꾼입니다
기자의 꿈을 꾼 지도 어느덧 9년. 기자로의 경험을 쌓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외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가을 3학년 2학기라는 비교적 늦게 경북대신문에 들어온 나는 언제나 기자의 사명에 대해 고심했다. ‘올바른 기자란 무엇일까?’, ‘더욱 훌륭한 기사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하면서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Washington Post.>의 기자 봅 우드워드는 “최고의 저널리즘은 경영층에 저항할 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공정성과 정확성이 담긴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가끔 사회에 잠식된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해 도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하며, 독자들에게 양심적이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심적인 보도’가 단순히 기자만의 몫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양심적인 보도’라는 개념이 너무나 막연하지 않은가? 기자가 단순하게 사실을 보도하기만 하면 되는가? 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소위 비인기 학과라고 불리는 철학과의 전공 수업에도 다양한 전공의 타 학과 학생들이 제법 많이 찾아와 수강한다. 자신의 전공 공부에도 바쁠 텐데 기특하고 반가운 일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철학과 전공 수업 몇 개를 동시에 수강하고 있는 이공계열 학생이 찾아와서 고민을 토로했다. 철학 수업이 재미도 있고 진짜 대학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데 자신만 딴짓을 하다가 뒤처질까 염려된다고 한다. 자신의 순수한 학문적 관심이 일종의 ‘탈선’처럼 여겨지는가 보다.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독배를 마셨다는 소크라테스가 생각났다.우리 대학에서 교과과정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런 논의가 있을 때마다, 혹시 대학 경쟁력 강화와 취업률 제고라는 명분으로 철학을 비롯한 순수 학문 분야를 축소 또는 변질시키려 하지는 않을까 신경이 곤두선다. 많은 대학에서 기초학문 분야 학과들이 실제로 이런 운명을 겪었으니 노파심만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하니 걱정은 더해진다. ‘탈선’을 염려했던 학생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자
2019년 11월 17일 최초 감염 보고가 되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세계보건기구 질병 경계수위 “Pandemic”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25일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2급 감염병으로 수준 조정하였다. 2020년 1월에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한 이후 2년 3개월 만의 변화이다. 그에 따라 코로나19는 이제 결핵, 수두, 홍역, 콜레라 등과 같은 수준의 감염병이 되었다. 독감이 4급 감염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되었어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은 여전하다고 판단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평균 사망률은 1.44%인 데에 비해, 우리나라 사망률은 2022년 3월 26일 0시 기준 0.13%에 그친다는 점, 621,328명이라는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한 지난 3월 16일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런 단계 조정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고, “코로나블루”라는 신종 우울증까지 급증하고 있는 사태에 맞서 코로나19의 경계수준을 더 오랜 기간 1급으로 유지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다